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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삼총] 89화에서 담배피는 에이미가 보고 싶어서 쓴 단문

츠쿠리 2018. 1. 28. 18:14


-IF : 89화에서 마르코가 일주일만 늦게 도착했다면






에이미는 남자가 건넨 궐련을 물었다. 사내의 손에서 라이터 뚜껑이 열리더니 이윽고 조그마한 불꽃이 솟아나왔다. 불꽃은 서서히 가까워져, 이윽고 입에 물린 궐련의 끝을 예리하게 파고들어 자욱한 연기를 만들어낸다.

 

콜록콜록!”

 

어이, 괜찮아? 담배가 처음이라더니 진짜였군 그래! 하하, 원래 처음에는 다 그런 거야. 초심자는 연기를 뱉어내는 게 쉽지 않으니까 꽤 고통스럽다구?”

 

사내가 낄낄거리며 등을 토닥였다. 그러나 에이미는 손사래를 치며 잔기침만 뱉어냈다. 무통각인 몸은 고작 담배 한 개비 따위로 좌지우지 되진 않았지만 담배 자체의 쓴 맛과 연기를 마신 폐는 처음 겪는 일에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이미는 다시금 담배를 가져갔다. 어차피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몸이었다. 온 몸은 소금물에 절이기라도 한 듯 무거웠고 폐는 호흡하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묵직하니 괴로웠다. 이런 몸에 담배 한 개비 추가시킨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랴. 차라리 가라앉아 떠오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괘씸한 기분이라도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이 나른한 불쾌감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그걸로 이득이 아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가 사고를 거부한다. 에이미는 연거푸 연기를 들이마셨다가 뿜어냈다. 코끝을 맴도는 알싸하면서도 쓴 담배 향이 가라앉은 기분을 충동질했다. 마치 목이 마른 어린아이처럼 허겁지겁 담배를 들이킨 입에서 다 타버린 재가 사그라져 떨어져 나왔다.


“...고마워. 덕분에 기분이 좀 나아졌어.”

 

에이미가 헤실거리며 웃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더 기분 좋아지는 법도 알아?”

 

사내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이내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따라 와.”

 

앞서가는 사내의 얼굴에 개미지옥에 입장할 또 한 명의 희생자를 반기는 음흉함이 서렸다. 그러나 사내는 몰랐다. 눈앞의 청년은 개미지옥을 부숴버리고도 남을 최상위층에 있는 맹수이며, 일주일 뒤 청년의 보호자를 자청한 새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와 약에 절은 형제를 보고 분노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불태워버린다는 사실을.

 

그런 일이 벌어지기까지 남은 기간은, 앞으로 일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