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두들리 더즐리

W.B - 츠쿠리

 

 

 

 

 

 

 

 

잉글랜드 그레이터 맨체스터 주 볼턴 타운(England Greater Manchester Bolton town).

두들리 더즐리는 양손 가득 식료품이 든 봉지를 들고 걸음을 옮겼다. 1년 내내 안개로 뒤덮힌 우중충한 런던과는 달리 그레이터 맨체스터 주는 해가 뜨는 날이 그나마 많았다. 요 며칠간 비가 와서 털지 못한 먼지 투성이인 이불을 떠올리며 두들리는 걷는 속도를 높였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혼자 사는 남성들의 공통점이겠지만-이불을 꺼내다가 바깥에 말리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그 때였다. 두들리는 펄럭거리는 망토자락이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두세 명의 꼬마 아이들이 검은 색의 꼬깔모자와 망토를 두르고 재잘거리며 길을 가고 있었다. 손에는 자그마한 잭 오랜턴(Jack O' Lantern) 모양의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10월 31일, 할로윈이었다. 미국이야 할로윈이 연중행사로 완전히 자리잡은 모양이지만 아직 영국은 보편화 되지 못했다. 그랬기에 어른들은 대체로 할로윈을 잊고 집에서 여느 날과 다름없이 지냈고, 어린 소년과 소녀들이 있는 집만이 할로윈을 행사로서 오롯히 즐겼다. 그러나 '이쪽' 세계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두들리는 할로윈 때만 되면 거리에 종종 보이는 망토 때문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두들리가 열여덟 살을 맞이하던 그 해 여름 이후, 더즐리 가는 '볼드모트'의 표적으로 노려질 수 있다는 이유 하에 약 1년 간 '그 쪽' 세계의 보호를 받았다. 그 볼드모트인지 뭔지 하는 작자는 '그 쪽' 세계의 무시무시한 악당으로 두들리의 사촌을 노리고 있었는데, 최악의 경우 사촌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더즐리 일가가 인질로 잡힐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튼 더즐리 가는 그러한 이유로 정든 프리벳가를 떠나 1년 동안 죽은 듯이 숨어지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고 판단되었을 때, 더즐리 가는 다시 원래 살던 세계 속으로, 프레벳가 4번지로 돌아왔다.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했지만 자세한 정황은 알 수 없었다. 단지 '승리했다, 이제 모든 것이 괜찮다'고 끽끽거리며 말하는 망토 차림의 남자를 보아하니 그의 사촌은 무사히 살아남은 듯 싶었다. 이 대화를 끝으로-과연 대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불편했던 1년 간의 은신 생활은 완전히 끝이 났다. 그리고 더즐리 가는 평범한 일상이라고 믿는 세상 속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후, 두들리는 그의 깡마른 사촌에 대해서 어떠한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버논도, 페투니아도 굳게 입을 다물었고 아예 그 쪽과 관련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두들리 가에서 사촌의 존재는 마치 공기 같았다.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생활했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기억에 남아있는 그의 흔적만큼은 지울 수 없었다. 이층에 있는 작은 방은 이제 침대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괴상한 이름의 책도, 하얀 부엉이의 깃털도 남겨져 있지 않았지만 가끔 맑은 연녹색 눈을 가진 소년이 창가를 보며 서 있는 모습이 환영처럼 보이곤 했다. 그것은 기억의 잔재가 부린 심술이었다. 비록 그의 존재를 없는 것처럼 취급하며 살았지만 집의 구성원이 네 명에서 세 명으로 변한 것은 적어도 두들리의 기억에 남아있던 그의 흔적을 찾게 만들었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오 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프레벳가에서 약 17년여간을 생활해온 소년의 흔적도 어느덧 희미해졌다. 더불어 두들리의 기억도 퇴색되어갔다. 하지만 오늘처럼 거리에 망토라던지, 그 쪽 세계를 연상시키는 물건들이 눈에 보이면 맑은 연녹색 눈이 퇴색된 기억을 헤치고 느닷없이 튀어나왔다. 덕분에 두들리는 그의 하나밖에 없는 사촌이 살아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고 있을지 아주 가끔 떠올리곤 했다.

 

 

"…집에 가서 밥이나 먹어야지."

 

 

두들리는 고개를 휘휘 내저으며 수면 위로 떠오른 상념들을 애써 가라앉혔다. 그리고 냉장고에 넣어둔 차가운 비프 스튜를 떠올리며 오늘 저녁은 빵과 스튜로 대충 때우자고 생각했다. 퀘퀘묵은 이불을 떠올리며 두들리는 발을 바삐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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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스튜로 대충 때우자는 생각이 무색하게 식탁에는 대충 보아도 손이 많이 갔을게 분명한 음식들이 한가득 차려져 있었다. 막 구운 듯 따끈따끈한 김이 올라오는 고기파이에, 소스에 버무려진 야채가 들어있는 칠면조 구이, 요거트 드레싱이 뿌려진 싱싱한 과일 샐러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먹음직스러운 빵과 버터, 달콤한 꿀, 초콜렛 쨈이 있었다. 두들리는 차려진 음식들에서 눈을 돌려 식탁 맞은 편에 앉은 남자를 보았다. 늘 혼자 앉아 식사하던 식탁에 누군가가 앉아있다는 것은 꽤나 묘한 기분을 들게 했다. 게다가 그 앉아있는 사람이 몇 년간 소식조차 알 수 없었던 사촌이라서 더더욱 그랬다. 두들리가 바라보는 시선이 자신에게 닿아 있다는 것을 눈치챈 남자의 입술이 둥글게 휘어지며 어색한 호선을 그렸다. 잔뜩 헝클어진 까만 머리카락과 맑은 연녹색 눈동자를 가진 남자의 웃는 모습이 과거의 비쩍 마른 한 소년과 겹쳐졌다.  

 

 

"로즈메르타 부인의 꿀술 괜찮지? 떡갈나무 술통에서 숙성시킨거라 맛이 기가 막혀. 이쪽 세계의 술은 뭐가 있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이걸 가져왔어. 열일곱 살에 덤블도어 교수님이 건네준 것보다는 못하지만 이것도 제법 입맛에 맞을거야. 적어도 내 입맛에는 맞거든."

 

 

해리 제임스 포터. 과거에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두들리의 마음 속에서 같은 자리, 같은 크기를 차지하고 있는 남자가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입가가 어색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쯤은 두들리라도 알 수 있었다. 하긴 사촌끼리 오 년만의 재회치고는 꽤나 이상한 상황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반갑게 맞이하고, 포옹을 하며 감격적인 재회를 맞이했겠지만 그 평범한 사람의 범주에서 적어도 해리 제임스 포터라는 남자는 제외되어 있었다. 전혀 반갑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감정 없이 반길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 두들리는 애써 치밀어 오르는 반가움을 밀어내고 딱딱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 가식은 그만 둬. 해리 제임스 포터. 너와 나는, 적어도 이렇게 반갑게 재회를 할 사이는 아니잖아? 너도 솔직히 반갑게 맞이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텐데 그렇게 웃을 필요 없어. 나중에 입에 경련나서 떠는 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제발 그 실실 웃는 거, 멈추지 그래?"

 

 

두들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해리의 입가에서 밝은 웃음이 사라졌다. 대신에 후련해보이는 희미한 미소가 대신해서 자리잡았다. 그것은 이곳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보여주는 '진짜 미소'였다. 해리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 보기 싫었나? 이런 표정이 일하다 보면 습관처럼 굳어져 버려서 말야. 이곳과는 달리, 우리 세계는 나를 완전히 선함으로 포장해놓은 인형 취급 하거든. 친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나를 '인간' 해리포터로 봐주지 않아. 즐거우면 웃고, 화가나면 화내고, 슬프면 울고…. 이런 감정들이 나에게는 없다고 생각하나봐. 만나는 사람마다 나를 완벽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덕분에 매일 이런 표정을 만들곤 하는데 그만 무의식적으로 나온 모양이야."

 

"…너희 세계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난 너를 추앙하거나 신봉할 생각 따위는 눈꼽만큼도 없어. 너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어떤 마법사 하나가 우리 가족이 너에게 막 대하는 걸 보고 거의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걸 봤어. 뭐, 그걸로 대충 너의 사회적 위치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건 너희 세계 일이야. 나한테 그런 걸 바라지마."

 

"쳇, 바라지도 않네요. 나도 그런 거 바라고 여기 온 거 아냐. 나는 나답게. 그렇게 있는 게 제일 좋아. 추앙받거나 그런 거 딱 질색이라고. 참, 그런데 빅D. 너 꽤나 똑똑해졌네? 살도 많이 빠지고…. 솔직히 말해서 여기 도착해서 맨 처음 봤을 때, 못 알아볼 뻔 했어."

 

 

빅D. 그것은 꽤나 추억어린 별명이었다. 몇 년 전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던 두들리는 딱딱한 표정을 풀고 피식, 웃었다. 하긴 많이 달라지긴 했다. 그것은 누구보다도 두들리가 잘 아는 사실이었다. 오 년 전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면 거의 못 알아볼 정도로 두들리의 외양과 정신은 크게 변화했다. 마음이 느슨해진 두들리가 손을 뻗어 따끈한 고기파이를 하나 집었다. 맞은 편에 앉아있던 해리도 두들리의 풀어진 태도를 느꼈는지 안심한 표정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집었다. 어색한 분위기 때문에 여태까지 음식에 손을 댈 수 없어 본의 아니게 굶주린 배를 기다리게 한 것이다. 두들리가 고기 파이를 입에 가득 넣으며 입을 열었다.

 

 

"이래뵈도 볼턴 대학, 정신치료학과 재학중이야. 너희 세계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는 대학교(College)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어있어. 그리고 오 년 동안 내가 아무 것도 안 변하고 너가 알던 두들리 더즐리로 남아있을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야."

 

"그건 그렇지만…, 너무 많이 바뀌었으니까 말야."

 

"뭐어…그건 그렇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해리와 두들리는 말없이 식탁에 가득 놓인 음식들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칠면조 구이와 고기파이, 샐러드가 순식간에 입속으로 사라지고 반짝거리는 빈 접시만 남았을 무렵, 해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괜찮다면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봐도 될까?" 

 

 

두들리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해리를 힐끗, 곁눈질 했다. 왠지 안절부절 못하는 창백한 얼굴이 과거에 알고 있던 작은 소년과 겹쳐졌다. 그 작은 소년은 다른 세계로 가버린 후 해가 지날 수록 당당해져갔다. 그리고 오 년 전, 마지막으로 해리를 봤을 때 두들리가 알던 작은 소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 작은 소년이 앞에 있었다. 성인의 모습으로 마주했을 때, 비로소 과거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두들리는 꿀술을 입에 댔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꿀술이 참으로 달콤했다.  

 

 

"왜. 오 년 동안 코빼기도 비추지 않더니 막상 보니까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한 모양이지?"

 

"…찾아오지 못한 건 정말 미안해. 하지만 정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어. 정말이야."

 

"……."

 

 

두들리는 말없이 해리를 응시했다. 해리 역시 아무 말 없이 두들리의 눈을 응시했다. 그 눈은 지나치게 맑아서 해리의 미안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두들리는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저 맑은 연녹색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진다.

 

 

"좋아, 말해줄게. 대신에 조건이 있어."

 

"…뭔데?"

 

 

조건이란 말에 해리가 약간 불안하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두들리가 씩, 하고 웃었다. 예전에 해리를 놀려먹을 때 곧잘 짓던 심술궂은 웃음이었다. 그 웃음을 본 해리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나만 말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그동안 있었던 일들, 너도 말해."

 

"뭐? 그치만…."

 

"많은 걸 요구하는 게 아냐. 너희 세계는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아. 그저 어떻게 지냈는지 알기만 하면 되니까 그런 표정 지을 거 없어."

 


한참을 고민하던 해리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사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겪었던 일들이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 해리를 본 두들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내 이야기부터 시작할까…. 우선 너가 떠난 후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게."

 

 

한 남자의 과거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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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리 더즐리가 열여덟 살을 맞이하고, 해리 제임스 포터가 프리벳가를 완전히 떠난 이후, 두들리 가족은 망토를 입은 마른 남자를 따라 은신처로 향했다. 남자는 가는 내내 마법세계의 영웅을 대하는 두들리 가족의 태도를 끊임없이 비난했으며, 가족의 정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사람' 에게서 해리포터가 두들리 가족을 신경쓰지 않고 싸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지키겠노라고 떠벌려댔다. 두들리의 아버지와 어머니인 버논과 페투니아는 그 이야기를 듣는 내내 심기가 불편해보였다. 그러나 망토를 입은 남자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아무 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입을 다물었을 뿐이다. 두들리 역시 듣는 내내 심기가 그리 편한 것은 아니었다. 해리에게는 도움 받은 것이 있긴 하지만 일방적으로 나쁜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것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 어릴 적, 수염이 잔뜩 난 거인에게 당한 기억이 있어서인지 마법사에게는 함부로 말을 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신처로 가는 방법은 평범한 머글인 것처럼 보여야하기 때문에 마법이 잔뜩 걸린 자동차를 타고 갔다. 더즐리 가족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이제 남자는 추적방지 마법이라던가, 여러가지 마법이 잔뜩 걸린 자동차의 성능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았다. 어찌나 말이 많던지 귀가 아플 정도였다. 두들리는 한숨을 내쉬며 창 밖을 보았다. 그러나 밖을 보지 못하도록 마법을 걸어놓았기에 눈에 보이는 것은 안개같은 뿌연 연기밖에 없었다. 더즐리 가족은 은신처로 가는 내내 말이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침내 도착한 은신처는 이름 모를 깊은 산골이었다. 공기는 맑았고, 주변 환경도 나쁘지 않았지만 시내의 번화가에 살고 있던 더즐리 가족에게는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머글들의 생활에 무지한 마법사들은 텔레비전이나 컴퓨터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으며 머글 출신의 마법사일지라도 마법세계의 생활에 익숙해져 전자제품을 쓰지 않았다. 마법사라는 생활이 더없이 익숙해져 있는 그들은 머글인 더즐리 가족에게 배려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게다가 위치추적을 당할 염려가 있었기에 위성을 사용하는 제품들은 애시당초에 사용목록에서 아예 제외되었다. 

 

두들리 가족은 은신처에서는 1Km 이상을 벗어날 수가 없었으며 식료품마저 마법사들이 일주일에 한 번 조달해주는 것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식료품이 형편없거나 상한 것이 조달되는 적은 없었지만 먹고 싶은 물품을 부탁해야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몹시 불편했다. 거기다가 안전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오러'라고 불리우는 보디가드가 집에 반드시 존재했다. 더즐리 가족은 안전이라는 이름 아래 거의 감금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언제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일까. 처음에는 침묵을 유지하던 페투니아와 버논은 일주일이 지나면서 매일같이 그렇게 물었다. 그러나 답이 돌아올 리가 없었다. 페투니아와 버논은 자신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에 매우 답답해했다. 그리고 사랑할 수 없는 조카 때문에 이런 처지에 놓여있는 것을 한탄했다. 특히 페투니아는 버논보다 그 한탄하는 정도가 더 했다.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지켜보는 두들리의 심정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두들리도 해리가 그렇게 좋았던 건 아니었다. 두들리와 해리는 결코 좋아질래야 좋아질 수가 없는 사이였다. 그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두들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두들리를 그토록 싫어하는 해리가 위험을 무릅쓰면서 디멘터에게서 구해주고 난 뒤, 두들리는 어느 정도 그를 인정하게 되었다. 해리 포터는 멍청하고 어리석었다. 싫어하는 사촌을 혈육이라는 명분으로 구해줄 만큼 바보였다. 하지만 두들리는 그 날 이후로 그 바보가 그리 싫지만은 않았고 어렴풋이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마음 한 구석에 담아두었다. 그리고 답답하지만 이 은신처에 있는 것이 그에게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는 거라고 생각하며 목구멍까지 치솟은 불평을 얌전히 가두었다.

 

그러나 은신처 생활을 잘 버텨내는 두들리 그리고 그럭저럭 삶에 적응한 버논과는 달리, 페투니아는 날이 갈수록 점점 히스테릭해졌다.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날이 점점 늘어났고 가끔은 끼니를 거르기도 했다. 버논과 두들리가 어떻게든 페투니아를 말리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페투니아는 더 화를 내며 방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은신처 생활이 시작된 지 반 년, 참고 참았던 페투니아의 상처가 터졌다. 페투니아는 악을 쓰다시피 고함을 질렀고 끊임없이 두들리의 이모인 릴리를 욕하고, 그녀의 아들인 해리를 욕했다. 그리고 그날 밤, 두들리는 페투니아에게서 길고 긴 이야기를 들었다. 치료를 하지 않아 썩어 곪아가고 있는 페투니아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두들리는 비로소 왜 어머니가 그렇게 마법사를 증오하는지 알았다.

 

늘 자신보다 사랑 받았던 동생, 릴리 에반스. 그리고 릴리의 아들 해리포터. 페투니아는 어릴 때부터 가족에게 소외감을 느끼며 자라왔다. 밝고 활기차고 아름다운 여동생. 그리고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이 아닌 마법사라는 점은 부모님의 편애를 부르는 조건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그런 릴리를 페투니아는 끊임없이 질투했다. 하지만 자신도 역시 가족으로서 제 동생인 릴리를 사랑했기에, 애증의 감정으로 릴리와 유년시절을 함께했다. 그것은 꽤나 비참한 기분이었다.

 

세월이 흘러 릴리는 이름처럼 백합 같은 여자로 자라났다. 그리고 늘 릴리에게 가려졌던 페투니아는 자신만을 오롯히 봐주는 남자, 버논을 만나 처음으로 행복을 느꼈다. 페투니아는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아도 릴리가 아닌 페투니아를 봐주는 버논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페투니아는 릴리를 보며 느끼는 비참한 기분에 질려있었다. 그래서 페투니아는 릴리와 인연을 끊고 버논과 결혼했다. 그리고 아들인 두들리를 낳았다. 페투니아는 인생 처음으로 온전한 삶을 누렸다.

 

차별받는 기분을 너무나 절실히 알기에 아들인 두들리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던 페투니아는 결혼 후 한번도 릴리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두들리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두들리를 평범한 인간의 세계에서 애지중지 키우려고 했다. 그러나 릴리가 죽고, 릴리의 아들인 해리가 왔다. 릴리는 사랑했지만 미웠고, 그랬기에 해리 포터란 조카를 사랑할 수 없었다. 마법사의 피가 섞인 아이는 릴리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고 딱 봐도 자신의 혈육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전혀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페투니아는 자라는 해리를 볼 때마다 화가 났다. 원하지 않는 릴리의 아들에게 줄 사랑 따위는 없었다. 그 생각은 점점 삐뚤어진 방향으로 나아갔다. 자신이 받았던 소외감을 릴리의 아들인 해리가 대신 느끼게 하고 싶다. 삐뚤어질 때로 삐뚤어진 생각은 두들리에게 일방적인 애정을 퍼붓는 결과로 나타났다. 마법사의 자식이면 뭐하니? 너는 늘 차별받고, 소외받는 존재란다. 페투니아는 해리를 기르면서 늘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나 몇 년 전, 7월 31일. 해리 포터가 마법사라는 것이 밝혀졌고, 페투니아의 '보통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났다. 해그리드가 모든 진실을 말한 순간, 페투니아는 릴리가 마법사라는 것이 밝혀졌던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고 동시에 사랑하는 아들인 두들리가 해그리드라는 거인에게 수모를 겪는 것을 봐야만 했다. 그 후로도 사건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 잔뜩 부풀어오른 마지, 폭발하는 벽난로. 그리고 마침내 그 누구보다 아끼는 아들인 두들리가 정체불명의 생물에게 습격당하는 일마저 겪어야 했다. 이것은 모두 릴리의 아들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릴리의 아들만 아니었어도 더즐리 가족은 행복하게 다른 가족처럼 살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릴리가 죽고 그 아이가 오는 바람에 페투니아의 행복은 산산조각이 났다. 아무리 평범하게 살려고 발버둥을 쳐봐도 마법사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페투니아의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상처는 곪고 곪아 현재에 이르렀다.


 

페투니아는 흐느끼며 오열했다.

 

 

"평범하게…, 그렇게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었어! 하지만 저기도 릴리, 여기도 릴리! 오, 이제 나는 너무 지쳤단다…. 많은 것을 바란 게 아닌데… 평범하게 사는 걸 바란 것이 그렇게 잘못이었니? 너와 버논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게 그렇게…그렇게 잘못된 것이었니? 릴리! 릴리만 아니었다면! 그 애의 아들만 아니었다면! 아, 너와 버논에게 정말 미안해. 엄마가…정말 미안해."

 

 

아이처럼 엉엉 우는 페투니아를 꼭 끌어안으며 두들리는 눈물을 흘렸다. 지난날 철없이 행동했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가족임에도, 한 지붕아래 살고 있음에도 엄마의 상처를 보듬어주지 못한 제 모습이 떠올라 두들리는 죄책감에 몸부림쳤다. 두들리는 떨리는 손으로 페투니아를 쓰다듬었다. 제 손은 이리도 퉁퉁한데 페투니아의 몸은 지극히 마르고 왜소했다. 두들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를 위로했다. 삐뚤었던 지난 날, 다른 사람보다는 제 몸만을 생각했기에 위로를 누군가에게 해준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썩 훌륭한 위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 담겨 있었다.

 


"엄마…, 엄마 괜찮아. 이제부터 모두 잘 될거야! 그러니까 울지 마…. 내가 잘못했어…, 응? 나 이제 엄마 말 잘 듣고, 말썽도 안 부릴게. 그러니까 제발 울지마아…."


 

어린아이 같은 위로. 하지만 그 위로에 버논도, 페투니아도 울었다. 서로를 얼싸안으며 두들리 가족은 몇 년만에 처음으로 정을 확인했다. 조금씩 비정상적이었던 무언가가 바뀌기 시작했다. 두들리가 열 여덟살이 된지 반 년이 지난 날이었다.

 

그리고 더즐리 가족이 조금씩 시골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전환은 갑작스레 찾아왔다. 두들리가 열 아홉살이 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더즐리 가족은 프리벳가 4번지. 익숙했던 그들의 집으로 돌아왔다. 더즐리 가족의 곁에 항상 머무르던 오러는 승리했으며 이제 두들리 가족은 안전하다고,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는 말만 남긴 채 짐을 내려놓고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모든 가구와 물건이 그대로 있었고 집은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으로 더즐리 가족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마치 집을 떠나 있었던 것이 꿈인 것 같았다. 다시 평범한 일상이 돌아온 것이다.

 

그 후, 두들리는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와는 담 쌓았던 자신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두들리였지만 처음으로 이를 악물고 책을 펼쳤다. 집을 떠나있었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두들리는 지난 십 팔년 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바깥으로 눈을 돌리는 법을 배웠고 그 바깥에 자신을 그토록 사랑해주는 엄마, 아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는 자신이 변해야했다.

 

부모님께 보답하고 싶었다. 떳떳한 아들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더 이상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길고 긴 삼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마침내 두들리는 또래의 친구들보다 느리지만 볼턴 대학의 정신치료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정신치료학과는 생긴지 얼마 안 되는 신생 학과였지만 전망이 좋다고 평가되는 학과였다. 두들리는 정신치료학과를 통해 배운 지식으로 페투니아가 조금이나마 아픔을 잊길 바랬다. 가족에게만 헌신하는 어머니가 아니라 본인에게 헌신하는 페투니아 더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점차 흘렀다. 처음으로 집을 나와 살게 된 기숙사, 처음으로 가입한 복싱 클럽 그리고 처음으로 사귄 진정한 친구들. 삶에 활력이 돌고 수많은 추억들이 생겼다. 두들리 더즐리는 행복했다. 마음 속에 마법이라는 작은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져버린 그의 사촌을 기억하며 그렇게 두들리 더즐리는 살아왔다.

 

 

 

 

 

 

 

 

 

 

 

 

 

◈  ◈  ◈

 

 

 

 

 

 

 

 

두들리의 이야기가 끝나자 식탁은 침묵으로 뒤덮였다. 가만히 앉아 입을 꾹 다물고 이야기를 경청하던 해리는 어색한 침묵을 끝내려는 듯 헛기침을 했다.

 

"…그랬구나. 페투니아 이모랑 버논 이모부는… 잘 지내고 계셔?"

 

"그래. 엄마는 최근에 꽃꽃이도 시작하셨어. 아빠도 건강하시고."

 

"그렇구나. 다행이야. 난 페투니아 이모와 우리 엄마 사이의 이야기를 잘 몰랐어. 어릴 때는 그저 페투니아 이모를 원망만 했지. 하지만 이제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

 


해리가 진심으로 다행스럽다는 미소를 짓고 있어서 두들리는 기분이 무척 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즐리 가족이 어린 해리 포터에게 한 일은 무척 잔인했다.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에게 결코 친척으로서 잘해 주었다고 할 수 없었으며 아동 학대죄로 체포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해리 포터는 가족이 아니라 타인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금 처음으로 해리 포터가 가족으로 느껴졌다.

 

또 다시 긴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깨어진 것은 해리가 주머니에서 작은 봉투를 꺼내어 두들리에게 건넸을 때였다.

 

 

"이제 내 이야기를 할 차례인가? 하지만 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거 먼저 줄게."

 

"이게 뭔데?"

 

 

두들리가 봉투를 열며 물었다. 봉투에는 작은 카드가 들어있었다. 고운 꽃잎처럼 연분홍색을 띄고 있는 카드에는 제멋대로 튀어오르고 있는 하트 그림과 이름이 두 개 적혀 있었다. 해리 제임스 포터(Harry James Potter) 그리고 지네브라 몰리 위즐리(Ginevra Molly Weasley). 이게 뭐냐는 눈으로 쳐다보자 해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결혼식 청첩장이야. 나, 한 달 뒤에 결혼해."

 

"…‥뭐?"

 

 

두들리가 멍청하게 해리를 쳐다보았다. 당황해서 다물어지지 못한 입에서 꿀술이 새어나와 주르륵 흘렀다. 한 동안 멍하니 있던 두들리는 뒤늦게 해리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결혼을 한다고 했다. 결혼? 저 해리 포터가?

 

 

"너는 아마 잘 모르겠지만 이쪽 세계에는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라고 불리우는 남자가 있었어. 그리고 그 어둠의 마왕은 마법 세계를 지배하려고 했지. 저주와 살인이 정신없이 이루어졌고 암흑기가 도래했어. 그리고 그 어둠의 마왕을 물리칠 자로 내가 지목이 되었지. 이유는 간단해. 어릴 때 엄마가 날 어둠의 마왕에게서 지키려고 하다가 돌아가셨고, 엄마의 사랑의 힘으로 고대 마법이 발생해 어둠의 마왕의 힘을 약화시켰거든."

 

 

해리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너무 담담해서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둠의 마왕은 결국 부활했고 나는 호그와트에 입학한 이래 그리고 마지막 7학년 때 정신없이 도망다니며 어둠의 마왕을 물리쳐야 했어. 너희 가족이 피난가야 했던 것도 그래서야. 내가 성인이 되면 피로 이어진 혈연에게 작용하는 보호 마법이 사라지기 때문에 어둠의 마왕이 너희 가족을 노릴 수 있었거든. 다행히 나는 승리했지만 완전히 위험이 사라진 건 아니었어. 남아 있는 그의 수하들, 죽음을 먹는 자들의 반발이 거셌고 또 우리 세계는 이미 썩을 대로 썩어 있었기 때문에 개혁이 필요했지. 정말 바빴어…. 오 년이라는 세월동안 숨 돌릴 틈도 없을 만큼."

 

 

"…그럼 이제 괜찮은 거야?"

 

 

두들리의 물음에 해리는 순간 멈칫했다. 그러나 이내 입꼬리를 올려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그 미소는 웃음이라기에는 너무나 슬펐고 아련했지만 한편으로는 후련해보이기도 했다.

 

 

"…응. 이제 괜찮아. 모든 게 다 끝났어."

 

 

희미했던 미소가 짙어졌다. 무겁게 짊어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시원스런 웃음에 어느새 두들리는 안심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다. 사촌은 정말 행복해보였다. 이제까지 본 모습 중에서 제일 행복해보이는 얼굴에 두들리는 제 마음 속에 있던 무언가가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야 알았다. 연녹색 눈의 깡마른 소년을 잊을 수 없었던 이유. 그것은 막연하게 남아있는 죄책감이었다. 두들리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과거에 우울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던 소년이 미소짓고 있는 현재의 청년과 겹쳐졌다. 두들리는 제 가슴에 묵혀있던 오랜 감정을 씻어내릴 수 있었다.

 

 

"결혼, 축하해."

 

 

희미하게 웃으며 내민 손에 해리가 눈을 끔벅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내밀어진 손에 또 하나의 손이 닿았다. 힘찬 악수가 이어졌다.

 

 

 

 

 

 

 

 

◈  ◈  ◈

 

 

 



 

이미 해가 진 지는 오래였다. 늦가을, 해가 질 무렵 찾아왔던 손님과의 대화는 어느덧 밤이 깊어지고 별들이 어둠을 총총 밝힐 때까지 이어졌다. 병에 가득 차 있던 꿀술이 바닥을 드러내고, 접시에 있는 디저트가 거의 사라질 무렵에서야 해리는 입고왔던 코트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들리 또한 문 앞까지 배웅해주기 위해 일어섰다. 처음의 날이 선 분위기는 어느덧 훈훈하게 데워져 있었다.

 

오 년이라는 기간 동안 많은 일을 겪은 만큼 두 사람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성장해 있었다. 옛날 일을 꺼내서 싸울 단계는 이미 지났다. 두 사람은 몇 시간 동안 나눈 대화로 오랜 세월의 벽을 메울만큼 서로에 대한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 해리가 검은색 코트를 입으며 물었다.  

 

 

"결혼식 올거지?"

 

"글쎄, 시간 봐서. 그런데 아마 엄마와 아빠는 안 가실거야. 엄마는 아직도 상처가 깊으시니까. 일단 이야기는 해볼게."

 

"그래. 사실 페투니아 이모를 찾아뵐까 했지만 안 만나주실 거 같아서. 순간 겁이 나서 너한테로 먼저 왔어. 반겨주지는 않더라도 내쫓지는 않을 거 같았거든."

 

"…엄마가 그 정도로 널 싫어하는 건 아냐. 그래도 넌 엄마 여동생의 아들이니까."

 

"알아.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 알았어. 날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카라고 생각한다는 걸. 이모는 우리 엄마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 엄마를 미워할 수 없는 분이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어. 조금만 빨리 그걸 깨달았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해리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머리를 긁적이며 뒤를 돌아 문으로 다가갔다. 막 문고리를 잡고 돌리려는 해리의 등 뒤로 두들리의 나지막한 한 마디가 들려왔다.

 

 

"또 봐(See you again)."

 

"…‥그래, 또 보자(See you)."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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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작.

 

해리포터는 참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패러디는 못쓰겠어요.

다른 분들의 연성이 너무 멋져서 그럴까요?

 

이 글은 해리포터 팬픽으로는 처음 쓰는 글입니다.

해리를 제일 좋아하지만 이 글에서는 해리와 두들리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싶었어요.

어릴 때는 두들리네 가족이 마냥 나쁘게만 보였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또 이해가 되더라구요.

물론 해리가 받은 학대는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사람의 사정이란 참 다양해서 다른 각도에서 보니 또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더라구요. 제게는 특히 페투니아가 그랬습니다.

 

자기가 받지못한 전폭적인 사랑을 아들에게 주고 싶었지만 정작 아들은 제멋대로고 이기적인 아이로 자라난 페투니아. 하지만 이제 이 가족도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잠시 뒷 이야기를 적어보자면, 두들리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공부했습니다.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3년이라는 기간동안 정말 열심히 했죠.

사실 두들리는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교과서를 보고 이해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노력을 많이한 결과 무사히 대학교 합격!

볼턴 주이기 때문에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요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하네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특기를 살려 대학교 복싱클럽에도 가입했습니다.

날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뚱뚱하지도 않아요.

이제 듬직하고 체격이 있는 두들리로 탈바꿈해서 나름 여학생한테 인기가 있습니다.

 

집과는 꽤 거리가 있지만 두들리는 한 달에 한 번씩은 프리벳가에 방문합니다.

사실 성인이 되면 독립을 많이 합니다만 외동아들이라 그런지 페투니아와 버논은 많이 불안해합니다.

두들리가 오는 날이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음식을 차리죠.

 

페투니아는 의사와 상담도 하고, 새로운 취미를 찾으라는 말에 꽃꽃이를 배우고 있습니다.

버논과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구요. 페투니아로서의 인생을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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