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노트르담 드 파리] 방관자

 

 

 

 

저도,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분주하게 무리를 지위하던 집시의 왕은 갑자기 들려온 말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친숙한, 젊은 청년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청년의 말아쥔 주먹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그가 아니었다. 집시의 왕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너 같은 애송이의 힘은 필요없어.

 

 

청년이 발끈했다.

 

 

전 애송이가 아닙니다!

 

아니, 제 주제도 모르는 것이 딱 애송이다! 거기에 그 신부는 고약하기 짝이 없지만 네 스승이기도 해. 넌 네 스승에게 반목할 생각이냐!

 

 

정곡을 찌르는 말에 젊은 음유시인, 그랭구와르는 움찔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상황을 지켜보는 방관자에 머무르고 싶지는 않았다. 어느새 그들, 집시의 무리는 제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로 자리잡아 있었다. 물론 스승인 프롤로에 대항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프롤로는 너무 멀리까지 가버려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말릴 수 없다면 차라리 부수어야 했다.

 

 

…더 이상 스승님이 저렇게 행동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그리고 잊으셨나요? 저도 당신들 무리의 일원입니다! 전, 에스메랄다의 남편이에요! 

 

흥, 허울뿐인 남편이다. 거기에 너의 힘은 정말 필요없어. 비실비실한 게 힘도 못 쓰는 거 데려갔다가는 방해만 될 뿐이다!

 

 

재찬 부탁에도 집시의 왕, 클로팽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호된 질책에 그랭구와르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랭구와르를 지켜보던 클로팽이 다가와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이봐, 싸구려 시인. 자네는 여기서 방관자일 뿐이야.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해있지 않으면서 함부러 개입했다가는 목숨만 위태로워져. 그러니까, 자네는 우리의 이야기나 훗날, 사람들에게 들려주도록 해. 용감한 집시의 왕이 빌어먹을 신부에게 맹렬하게 저항했다는 그런 거 말야. 그게 자네 직업이잖나?

 

 

씨익 웃던 클로팽은 손을 몇 번 휘저어주고는 그랭구와르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집시의 무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의 뒷모습을 그랭구와르는 멀거니 쳐다보았다. 그는 방관자였다.

 

 

 

 

 

 

 

 

 

02. [두 도시 이야기/루시드니] If


 

 

 

 

저도, 당신이 좋아요. 시드니.

 

 

고개를 숙이고 고백에 대한 대답만 기다리던 시드니는 그녀의 고백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몇 번이고 주제넘게 상상했었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를 감히 제 아내로 맞는다는 그런 꿈 같은 상상을 했었다. 그런데, 그 꿈이 현실이 되었다고?

 

시드니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떨리는 눈동자에 그녀를 담았다. 제 주제에 쳐다보는 것조차 미안한, 햇살같은 루시가 함박웃음을 머금고 시드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늘 자신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말했었죠.

 

 

루시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요. 그렇게 비관하면서 당신은 항상 누군가를 도와주죠. 저는 그런 당신이, 안 그런 척 하면서도 상냥한 당신이 너무나 좋았어요, 시드니.

 

 

루시가 미소지으며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너무 따뜻해서 시드니는 꼴사납게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이제껏 늘 사랑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저주해왔다. 그러나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시드니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루시의 얼굴을 만졌다. 루시는 살며시 눈을 감고 손의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마침내 그의 손에, 오롯히 행복이 들어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