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F + AU 범벅인 단문
* 유비 중심 + 제갈유비
* 설정 날조 다수
[레히삼] 유비 중심으로 IF 단문
W.B - 츠쿠리
1. 유비 신선이 사마의였다면
망했다. 사마의는 제 앞에서 헤실헤실 웃고 있는 속 좋은 얼굴을 보며 그리 생각했다. 물론 생각만 했다.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경솔한 짓은 덜떨어진 서서나 하는 짓이었다. 그러나 사마의의 눈 앞에는 바로 그 서서와 비슷한 과인 덜떨어진 유비가 있었기에 사마의는 소리지르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야만 했다. 이런 자를 주군으로 섬겨야 하다니, 드림배틀에서 탈락이나 안하면 다행인 이런 자가 내 주군이라니! 사마의는 제 눈 앞에 있던 야망이 작별인사를 건네는 것을 느꼈다. 그 동안 즐거웠어, 사마의. 옥쇄는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저렇게 착해 빠져서는 흑군주는 커녕 조기탈락을 면한 게 용하네! 야망이 깔깔 비웃으며 사라졌다. 사마의는 인간이 자살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하필 왜 신선에게는 거부권이 없는건가! 사마의는 속으로 통곡했다. 주군이 시험을 통과하고 신선을 선택한다면 신선은 응당 주군의 부름에 따라야했다. 그것이 마더 컴퓨터가 정한 규칙이었다. 그리고 사마의는 제 평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격렬하게 규칙을 깨부수고 싶어졌다.
"신선 사마의, 주군을 뵙습니다."
"응! 앞으로 잘 부탁해, 사마의!"
진중함이라고는 1도 없는 발랄한 인사를 받으며 사마의는 자가소멸과 드림배틀 중 소멸하는 것을 두고 어느 것이 더 빨리 생을 마감하는 일인지 고민에 빠졌다.
"사마의 이거 같이 먹자!"
불쑥. 눈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볶음밥이 들이밀어졌다. 사마의는 괜찮다며 사양하려고 했으나 유비의 말이 더 빨랐다.
"어허! '신선인 제가 어찌 감히 주군과 겸상을' …뭐 이런 말 하기 없기야! 아무리 신선이 밥 먹을 필요가 없다고 해도 같이 먹으면 좋잖아! 우린 한 가족이니까~"
"가족…입니까."
"응! 나도, 오호대장군도, 사마의도 모두 함께 싸우는 동료이자 가족이지! 고기 반찬이 아니라 사마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맛은 있을 거야."
이래뵈도 요리로는 어디가서 맛 없다는 소리 들어본 적은 없거든! 사마의는 헤헤, 하고 멋쩍게 웃는 그의 주군을 잠시 바라보았다. 유비와 군신계약을 맺은 지 벌써 한 달째. 사마의의 예상과는 달리 유비는 꽤 순조롭게 드림배틀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대체 그가 저렇게 드림배틀을 이어나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마의는 유비가 억지로 쥐어준 숟가락으로 볶음밥을 떠먹으며 생각에 잠겼다.
힘에 관심 갖지 않고 그저 제 소망만을 쫓는 바보일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유비는 생각보다 힘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때로 적의 힘이 강해 쓰러질 때마다 유비는 아득바득 일어나 저보다 강한 적에게 맞섰다. 그래, 그의 주군은 틀림없이 강해지고 싶어했다. 그러나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만으로 무작정 힘을 쫓느냐고 물으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의 주군은 길을 돌아갈지언정 빠른 길을 위해 누군가를 해할 인물은 되지 못했다. 착한 일을 행하는 레전드 히어로는 오히려 응원하고 함께 싸우자며 곁을 내주었고, 악한 일을 행하는 레전드 히어로는 어떻게든 뒤를 쫓았다.
이런 사람이 과연 대군주가 되기 위한 힘을 취하려고 할까?
가끔 그의 눈동자를 보다보면 사마의는 한없이 이어지던 제 야망이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느껴지곤 했다. 함께 둘러앉아 고민들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온기가 어려있는 음식을 먹는 이 모든 시간들은 모두가 잠든 새벽을 틈타 몰래 그의 가슴을 들쑤셔놓고 사라졌다. 불쑥불쑥 건네지는 호의와 전적으로 쏟아지는 믿음은 그저 그에게 너무 낯선 개념이어서, 때로는 숨이 막혔다.
"맞다, 사마의. 도원관 화단에 꽃 핀 거 혹시 봤어? 엄청 예쁘게 피었던데 이따가 같이 물주러 가는 김에 보러 가자! 오호대장군들도 아까 봤는데 엄청 예쁘다고 했거든. 사마의한테도 보여주고 싶어!"
"…네, 주군."
아아. 사마의는 나지막한 탄식을 삼켰다. 어느새 그의 주군은 그의 손길이 닿는 모든 것에 꽃을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사마의는 그 꽃이 언젠가는 제 야망을 뚫고 가슴 한 구석에 단단하게 뿌리내릴 거란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그 순간은, 어쩌면 바로….
2. 신선 유비/주군 제갈량 AU
"제갈랴앙~ 내 말 좀 들어봐, 응?"
"필요 없다고 했을텐데요. 가세요. 신선 같은 거, 저는 필요 없습니다."
애타게 조르는 목소리를 한 귀로 흘린 채, 제갈량은 야멸차게 유비를 밀어내고 걸음을 빨리했다. 뒤에서 유비가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으나 제갈량은 뒤를 돌아보는 친절 따위는 베풀 생각이 없었다.
애시당초 제갈량은 신선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전설의 이름인지 뭔지 때문에 억지로 참가하게 된 드림배틀에 제갈량은 어떠한 의미도 부여하고 있지 않았다. 배틀에서 조기 탈락을 택하지 않고 싸우는 이유는 그저 주제도 모르고 덤벼드는 적들이 아니꼬웠거니와 친한 친구인 서서가 드림배틀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서의 소원은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원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서다운 소원이기도 했다. 그래서 제갈량은 저 또한 그의 친구를 따라 모든 사람의 행복을 소원으로 빌기로 했다. 착하고 순진해빠진 제 친구의 꿈을 위해 함께 싸워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서서는 혼자 드림배틀에 나서다가 졌고, 꿈을 잃었다. 밝고 순진했던 제 친구는 꿈을 잃은 순간부터 비관적으로 변했다. 우울감에 빠져 슬픈 표정을 짓는 서서를 볼 때마다 제갈량은 드림배틀에 대한 씻을 수 없는 증오를 느꼈다.
그리고 유비는, 따지고 보면 서서를 그렇게 만든 원흉이었다. 서서를 드림배틀에 참가시킨 장본인이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서와 군신계약을 맺은 신선이었던 유비는 신선 중에서도 제일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자라고 했다. 서서는 얼마든지 다른 신선을 택해서 강해질 수 있었으면서도 그런 유비가 가족 같아서 좋다며 군신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바보같이 공격당하는 유비를 지키려다가 드림배틀에서 탈락했다.
서서가 탈락했음에도 유비가 소멸하지 않은 이유는 서서가 애시당초 군신계약을 가계약의 형태로 맺었기 때문이었다. 서서는 저가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유비가 소멸할까봐 늘 걱정했다. 그래서 가계약의 형태로 계약하고 소멸하기 직전에 군신계약을 해지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바보 같으니. 신선은 주군을 위한 도구일뿐이라고 그렇게 누누이 말했건만."
제갈량은 비소를 머금었다. 유비의 말에 따르면 서서는 체인저가 부숴지기 전 유비더러 제갈량의 신선이 되어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했다. 자신의 꿈을 위해주는 친구와 함께 싸워달라고 했다던가. 그걸 부탁한 서서도 서서지만, 그 부탁을 받아들인 유비도 자존심 따위 없는 무능력한 신선에 불과했다. 파렴치하기도 하지. 감히 주군을 사지로 밀어넣고 저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꼴이라니. 한심하기 그지 없었다.
"자, 잠깐만! 이야기만, 이야기만 들어주면 안될까?"
분명 제 뒤에 있던 유비가 눈 앞에 불쑥 나타났다. 신선마법을 써서 따라 온 모양이었다. 제갈량은 인상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섰지만 그 때마다 유비가 후다닥 앞을 막아섰다. 그래도 딴에는 생사가 달린 문제라 절박한 모양이지. 제갈량은 코웃음을 쳤다.
"뭡니까? 저는 신선이 필요없다고 했을텐데요."
"응…. 나도 네가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나는 서서의 꿈을 이뤄주고 싶어! 너가 서서랑 같은 꿈을 꾸고 있다며! 그러니까 네 꿈을 위해 함께 싸우면 난 서서의 꿈도 이룰 수 있게 되는 거잖아."
"전 당신이 없어도 잘 싸워요. 그러니까 서서의 꿈을 이루는 건 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오히려 덜떨어진 당신이 제 발목을 잡을 거 같은데요."
"그, 그치만 막상 함께 싸워보면 내 신선마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나 집안일도 잘해! 요리도 잘하고! 서서가 내 요리 먹어보고 엄청 칭찬했어!"
"그럼 그냥 신선 때려치고 가정부로 취직하지 그러십니까?"
"어? 그럴까? 그럼 제갈량네 가정부로 취직할게! 나랑 군신계약 맺는 거, 신선과 주군으로 맺는 게 아니고 그냥 가정부 고용한다고 생각해주면 안 될까?"
이 신선은 무슨 배알도 없나. 설전 끝에 나온 결론에 제갈량은 어이없다는 낯빛을 감추지 못했다. 살다살다 이렇게 자존심 다 버리고 매달리는 신선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제갈량이 어이없어 하거나 말거나 유비는 꿋꿋하게 제 할 말을 다 했다.
"서서가 제갈량이 좋아하는 음식이 소세지 볶음이라고 알려줘서 그거라도 만들어왔는데…, 혹시 괜찮으면 소세지라도 먹으면서 내 이야기라도 들어주면 안될까? 여기 서서가 네게 전해달라고 한 편지도 있어!"
제갈량은 제 손을 덥석 잡고 울망울망한 눈빛을 보내며 애원하는 유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서서의 편지라. 날 낚으려고 꽤 공들이긴 했군. 마침 배도 고팠는데 이야기만 듣는 거라면 괜찮겠지. 어느새 상황판단과 더불어 손익 계산까지 마친 제갈량이 승낙의 의사를 밝혔다.
"좋습니다. 어디 이야기만 들어보죠."
그리고 이 떄까지만 해도 제갈량은 몰랐다. 제가 정말로 이 덜떨어진 신선에게 낚이고 마침내 코가 꿰이게 될 거라는 사실을.
03. 제갈유비 - 사랑을 느끼는 50가지 방법
20xx년 xx월 xx일 22:38
제목 : 애인이 제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는 거 같아요ㅠㅠ
글쓴이 : 천하제일용용이
안녕하세요. 최근에 처음으로 애인을 사귀게 되었는데요
저는 애인을 정말정말 좋아하는데 애인은 그걸 확신하지 못하나봐요..
제가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하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계속 묻고,
악수했을 뿐인데 더러운 게 묻었다며 손을 씻고 오라는 거 있죠8ㅅ8??
최근에 다른 친구에게 물어보니 이건 제 주변에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애인이 제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부족해서 그런거라고,
애인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면 된다고 하더라구요0ㅅ0!!
이 친구의 말이 정말 맞나요? 그럼 어떻게 해야 애인이 자기가 사랑받는다고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요ㅇㅁㅇ??
저는 첫 연애인데다가 애인이 워낙 키 크고, 잘생기고, 똑똑해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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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 그래서 이 글 요점이 뭐임. 애인자랑임?
ㄴ ㅇㅇ 그런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원글 존나 커엽넼ㅋㅋㅋㅋㅋㅋ그냥 매일 키스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되는 거 아냐??
ㄴ 근데 원글 존나 애교 뿜뿜하는 거 같은데 그 정도는 매일 하는 거일듯?? 아님 ㅈㅅ
ㄴ 그냥 애인한테 까놓고 물어봐. 그게 제일 빠름ㅇㅇㅇㅇ
ㄴㄴ너곧나222
ㄴㄴ너곧나333
ㄴㄴ너곧나444555
"에휴…. 그래서 결론이 뭐야. "
유비는 답이 안 나오는 댓글창을 바라보며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제갈량과 서로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고, 고백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귀는 사이가 된 것까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어쩐지 제갈량이 저를 보는 눈초리가 심상치 않아졌다.
천하의 제갈량이 질투라니, 그럴리가 없지. 처음 몇 번은 착각이라 치부하며 그저 웃고 넘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때까지만 해도 제갈량은 말 없이 유비의 수련강도를 올리는 것으로 제 화풀이를 대신했던 것이다. 허나 보통 사람 같으면 일방적인 화풀이에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하면서 자아성찰에 들어갔을테지만, 유비는 그 보통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강해지기 위한 수련이니까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희희낙락 수련하는 모습에 제갈량은 바보에게는 정공법이 아니면 통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라는 것이 오호대장군의 증언이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 제갈량은 유비를 감시하는 것으로 제 속내를 드러냈다. 남자라면 주먹으로 이야기하는 법! 하고 손책과 진탕 대련을 하고 오면 곧바로 제갈량의 손에 붙들려 욕실로 직행하게 되었다. 상향이와 함께 장을 보러 시장에 가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뭘 샀는지, 심지어 시장 가는 길에 누구를 만나지 않았는지 취조를 당했다. 웃고 넘기는 것도 한두번이지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자, 이쯤 되면 유비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아예 만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연인이라고 해도 늘상 제갈량만 바라보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드림배틀을 하다보면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쌓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공손찬은 지나치게 정을 준다며 쓴소리를 하곤 했지만 유비는 언제 어디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제갈량도 이런 인연들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테고.
"으으, 어쩌면 좋지…."
"뭐가 말입니까?"
"으와앗!"
쿠당탕. 머리를 쥐어싸매고 골몰하고 있는 와중에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유비는 저도 모르게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부딪힌 허벅지가 시큰거려서 눈물이 찔끔 났다. 아야야, 눈을 꿈뻑거리며 위를 올려다보니 제갈량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 제갈량…."
"수련 안하고 뭐하시나 했더니 이런 걸 쓰고 있었나요?"
"아, 안돼! 보지마!"
제갈량의 눈이 컴퓨터 모니터로 향하는 것을 본 유비가 잽싸게 일어나 가리려고 했지만, 그보다는 제갈량이 화면을 읽어내리는 것이 더 빨랐다. 분하게도 천재인 제갈량에게 속독은 능력 축에도 끼지 않았다. 망했다, 망했어! 유비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저걸 보고 제갈량이 무슨 소리를 할까? 보나마나 쓸데 없는 데에 머리를 굴리니까 실력이 늘지를 않는 겁니다! 하고 잔소리 하겠지? 나는 어쩌자고 제갈량이 옆에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저걸 인터넷에 올린거람? 죽어라, 과거의 나!
"…풉."
"엥?"
"푸하하! 뭘 고민하나 했더니 이런 걸 고민하고 계셨던 겁니까?"
그러나 상상과는 달리 시원스레 웃는 제갈량의 모습에 유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꽤나 도움이 안 되는 답변들이긴 하지만 맞는 말도 있긴 하네요. 특히 당사자한테 물어보라는 부분이 말이죠. 그냥 저한테 물어보셨으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잖아요."
"그, 그래도 당사자한테 묻기는 좀 그래서…."
"흐음…."
지긋이 내려다보는 시선이 어쩐지 무섭다. 우물쭈물하며 눈길을 피하려고 애쓰는데 어쩐지 제갈량의 얼굴에 순간 짖궂은 미소가 걸렸다가 사라졌다.
"저라면 친구분의 조언대로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낀다면 괜찮아질 것 같기도 한데요. 미축이 웬일로 괜찮은 조언을 했군요."
"아 정말…? 은 미축인 걸 어떻게 알았어? 대단해! 제갈량!"
"애초에 사랑에 관한 조언을 해줄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잖아요. 뭐, 그다지 신뢰가 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번 조언은 마음에 드니까 넘어갈까요. 그래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제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실 건가요?"
"어?"
그것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유비의 얼굴이 난처함으로 물들었다. 그렇다고 제갈량이 모처럼 저렇게 만족스럽게 웃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이렇게 서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항상 제갈량에게 도움만 받고 있으니까.
"제갈량은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 제갈량이 원하는 거라면 무엇이든지 할게!"
"그런가요?"
제갈량이 환하게 웃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환하게 웃으니 유비 또한 기뻤다. 하지만 그나마 남아있던 이성이 경종을 울리며 고삐를 잡아챘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덫에 걸린 것 같은 착각이 들지? 왜 제갈량이 웃는 게 이렇게 무섭게 느껴지는 걸까? 영문 모를 오한에 유비는 오들오들 떨었다.
"그럼 제가 사랑받는 느낌이 들도록 한 50가지 정도만 해주시면 되겠네요."
"으, 응? 50가지씩이나?"
"네, 뭐. 많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별 거 아니에요. 일단 생각해놓은 체위만 해도 20가지 정도니까요."
"체위? 어…그게 무술에 관련된 체위야? 비룡권 동작 해줄까?"
"비슷하긴 한데 조금 다르네요. 하지만 주군의 체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일단 침대로 가실까요?"
"침대? 침대는 왜?"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정말 좋지 않았다! 유비는 궁지에 몰린 토끼마냥 바들바들 떨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위기는 토끼의 코 앞까지 당도해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바로 그 천하무적 제갈량. 도저히 도망갈 틈이 보일리가 만무했다. 애시당초 덫에 걸린 사냥감을 맹수는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 법이다. 더욱이, 영리한 맹수는 어제 올지 모를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려 들지 않았다.
"일단 가면 가르쳐드리죠. 물론 침대에서요."
맹수는 사냥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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