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정/오가타x다카노] 선배

W.B by - 츠쿠리

 

 

 

 

 

 

 

다카노 세이야. 유명한 역사 소설가이자 탐정 일을 하고 있는 남자가 오가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늦은 오후였다. 항상 옆에 붙어 다니던 비서 교코는 웬일로 보이지 않았다.

 

"다카노 선배!"

 

오가타가 싱긋 웃으며 다카노에게 다가갔다. 우물거리며 한 입 가득 크로켓을 베어 물고 있던 다카노는 웅얼거리는 입을 하며 오가타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하루 종일 먹는 버릇은 여전하다 싶었다. 하긴 먹지 않으면 식탐정 다카노 세이야일 리가 없지.

 

"웬일로 교코 씨가 없으시네요?"

 

오가타의 말에 다카노가 크로켓을 한 입에 삼키며 대답했다.

 

"교코는 부모님과 함께 3일간 온천여행 갔어. 나도 가고 싶었지만 마감이 있어서 말이야. , 모처럼 온천을 즐기면서 지역 특산물을 마구 먹어 치울 수 있는 기회였는데!"

 

"선배가 가면 그 지역은 장사가 불가능하니 참아주시죠. 그런데 언제부터 선배가 마감을 그렇게 충실하게 지켰다고 그러십니까?"

 

찌릿. 다카노가 동정은커녕 아픈 곳을 찌르는 오가타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언제나 도움을 받고 있는 처지인지라 오가타는 잽싸게 입을 다물었다. 경시청 간부 후보생이라는 그의 명함도 다카노 앞에서는 언제나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나도 양심이 있어! 라기 보다는 편집자인 테라다가 위염에 걸렸다지 뭐야. 이번에도 마감 안 지키면 정말 편집자가 바뀔 것 같아서. 이러니저러니 해도 테라다는 내 담당을 5년 넘게 맡았으니까 죽으면 곤란하다고."

 

죽으면 곤란하다라. 과연 선배에게도 자신은 죽으면 곤란할 존재일까? 오가타는 얼마 전에서야 다카노가 소설 작가도 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카노와 알게 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말이다. 그 사실을 이제야 알려주는 것이 얄밉고 분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반한 놈이 죄라면 죄니까. 게다가 왜 그걸 여태까지 알려주지 않았냐고 따져 물을 자신도 없었다.

 

물어봤자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냐는 표정을 지으며 요리조리 빠져나갈 선배를 오가타는 지나치게 잘 알았다. 결국 선배와 후배, 그 이상의 관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받는 꼴밖에 더 되나. 때문에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이 어디냐고 오가타는 스스로를 위로할 뿐이었다.

 

대학교 시절부터 다카노와의 관계는 언제나 선배와 후배라는 평행선 위였다. 처음에 봤을 때 그의 인상은 그저 '많이 먹는 선배'에 불과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표정들에 매료되었다. 음식 이외에는 무관심한 것처럼 보여도 의외의 면에서 따뜻함을 보여준다. 엉뚱하고,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지만 그의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선배와 후배라는 평행선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라도 오가타는 다카노의 옆에 있고 싶었다. 경찰청 경감의 자리에 있는 그가 늘 다카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관계를 어떻게든 이어나가려는 제 노력 중 하나였다. 물론 그의 선배는 이런 면에서는 의외로 둔하기에 아무 것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어이, 오가타!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 거야? 나 배고파 죽겠으니까, 먹을 것 좀 사줘."

 

"네에? 방금 크로켓을 세 봉지나 드셨잖아요!"

 

"그거 가지고는 간에 기별도 안가. 너 마침 휴일이지? 교코도 없는데,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선배랑 같이 밥을 먹으면 제 지갑이 털리는데요?"

 

"에이, 왜 이러나. 쩨쩨하게 신경 쓰지 마, 우리 사이에 그러면 쓰나!"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인데요?"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 있던 말이 덜컥 튀어나와 버렸다. 오가타는 순간적으로 나온 진심에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다카노는 태연했다. 그는 씨익 하고 웃었다. 평소의 다카노가 늘 짓던 밝은 미소였다.

 

"무슨 사이긴! 절친한 선배와 후배 사이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 먹으러 가자!' 라고 외치는 손에 이끌려 얼떨결에 음식점으로 걸음을 옮기게 된 오가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 어떠랴. 지금은 절친한 선배와 후배 사이로 만족을 해야지. 오늘도 그는 선배의 물주가 되어야할 듯싶다.

 

 

 

 

 

 

 

 










2018. 01. 24 1차 수정


2012년에 쓴 글이네요.

개인적으로 테라사와 다이사쿠씨의 만화를 좋아합니다.

제가 워낙 요리만화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다양한 요리 장르를 만화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테라사와 씨의 만화는 개인적으로도 참 재미있거든요.

미스터 초밥왕은 보신 분이 많겠지만 아마 식탐정은 생소할 겁니다.

 

오가타와 다카노의 조합은 참 좋습니다. 매일 조언을 구하는 후배님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요 ㅋㅋㅋㅋ

아무리 대학 선배에다가 도움을 받고 있다지만 그런 것 치고 먹을 것을 매일 조달하는 오가타의 눈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ㅋㅋㅋㅋ조은 커플이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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